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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색 직업들

향과 맛으로 대륙을 읽다, 콜롬비아 커피 테스트 요원의 하루

by hiwaywell4040 2025. 7. 10.

콜롬비아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에서 손꼽히는 국가다.
이 품질을 유지하고 각 농장·협동조합의 고유한 향미를 감별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바로 **커피 테스트 요원(Q Grader 또는 Cup Taster)**이다.
이 글에서는 그들이 어떤 훈련을 받고, 어떤 기준으로 커피를 평가하며,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전문가 시선으로 자세히 살펴본다.

한 방울의 쓴맛 속에 담긴 땅의 이야기를 읽다

콜롬비아 커피는 안데스 산맥의 고지대와 적절한 강우량, 풍부한 일조량이 만들어 내는 복합적인 향미로 유명하다.
일반 소비자는 라테 한 잔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콜롬비아라는 이름의 기대’를 마신다.
그 기대를 현실로 확인하고 보증하는 이들이 있다.
커피 테스트 요원, 즉 **컵 테이스터(Cup Taster)**다.
이들은 단순히 커피를 맛보는 사람을 넘어, 원두의 품질을 수치화하고, 향미를 언어로 번역하는 전문가다.
농장마다 다른 기후, 토질, 가공법이 만든 향미의 차이를 구별하고 기록하며,
그 맛이 ‘콜롬비아 커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지를 검증한다.
커피 한 잔 속에는 땅·물·공기·농부의 손길이 담겨 있다.
테스트 요원은 이 모든 요소를 감지하고 언어로 풀어내는 사람이다.
그들의 훈련과 경험, 현장 감각은 고급 커피 시장에서 콜롬비아 커피의 위상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향을 읽고, 맛을 해석하는 전문가의 기준

커피 테스트 요원이 되기 위한 과정은 고난도다.
대부분 Specialty Coffee Association(SCA)의 Q Grader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시험은 향미 감별, 결점 원두 식별, 컵 테이스팅, 로스팅 커브 분석, 삼투압 테스트, 통계 해석 등으로 구성된다.
테스트 요원은 커피를 일정 온도와 시간에 따라 브루잉하고,
키노타이저(Kinometizer) 컵으로 향을 맡고 맛을 구분한다.
과일향, 꽃향, 너트향, 초콜릿, 캐러멜, 와인, 허브, 흙내 등 수십 개 노트를 조합해 향미 프로필을 작성하며,
산도, 바디감, 단맛, 여운, 균형 등을 점수로 평가한다.
콜롬비아에서는 이들이 주로 농장에서 출하 직전 샘플을 평가하거나 협동조합 품질 보증 과정에서 활동한다.
예를 들어 안티오키아 지역의 한 농장은 테이스터 3명 이상이 80점 이상을 부여해야 수출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두기도 한다.
이 평가를 통해 농부는 가공 과정을 조정하고 소비자는 트레이서블한 품질을 신뢰하게 된다.

 

현장에서의 하루와 커피 문화 전파자 역할

테스트 요원의 하루는 새벽처럼 시작된다.
커피 농장은 이른 아침 수확을 마친 원두를 제분하고, 당일 샘플을 준비한다.
요원은 3~5종의 원두 추출물을 테이블에 놓고 브루잉 후 테이스팅을 진행한다.
농장은 로스팅 정도, 분쇄 굵기, 물 온도 등 조건을 고정하고, 다른 변수에 따른 미묘한 맛 차이를 감지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농부와 대화하며, 어떤 공정에서 당도를 높였고 수분을 얼마만큼 유지했는지를 확인한다.
테이스팅 후에는 농부와 함께 ‘향미 종이’를 작성하고, 개선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테스트 요원은 단순한 평가자가 아니다.
농장의 품질을 공동 창출하고, 브랜드 스토리를 연결하는 문화 전파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언어는 맛, 감각은 메시지로 바꾸는 ‘맛의 교수자’다.
또한 요원은 커피 워크숍, 트레이닝, 국제 바이어 대상 발표에서도 활약하며,
‘콜롬비아 커피의 품질’을 세계에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도 수행한다.

 

잔잔한 향 속에 담긴 국가의 자존심

콜롬비아의 커피 테스트 요원은 단순한 미각 전문가가 아니다.
그들은 땅과 사람과 문화가 빚어낸 콜롬비아 커피의 아이덴티티를 평가하고, 품질을 보증하며,
세계 시장에 자긍심을 전파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한 잔의 커피는 단지 음료가 아닌,
수확, 가공, 평가, 유통의 복잡한 체인을 거쳐 만들어진 문화의 결정체다.
테스트 요원은 그 흐름 하나하나에 감각과 전문성을 더해,
맛으로서 존재하는 콜롬비아 커피를 지탱하고 있다.
이들이 있어서 콜롬비아의 커피는 단지 ‘맛있는 커피’가 아닌
‘품질의 상징’이 된다.
그리고 그 상징은 한 잔의 향 속에, 묵직한 자존심으로 살아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