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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색 직업들

사막 위를 나는 전통의 눈, 아랍에미리트 매 사냥 조련사의 여정

by hiwaywell4040 2025. 7. 7.

아랍에미리트(UAE)의 사막에서는 천년을 이어온 매사냥 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다.
매와 함께 들판과 사막을 누비며 하늘의 왕을 길들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매사냥 조련사(Falconry Trainer)**다.
이 글에서는 조련사의 역사적 배경, 훈련 기술, 일상 운영 방식, 그리고 현대 문화 속 의미를 전문가 시선으로 살펴본다.

하늘을 잇는 전통, 매 사냥의 시작

아랍 지역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매사냥이 왕실 문화이자 생존 기술이었다.
매는 고귀한 힘과 자유의 상징이었으며, 인간과 매의 유대는 단순한 사냥 파트너를 넘어 공동체의 자부심이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이 전통을 오늘날에도 이어가기 위해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매 사냥 조련사**다.
조련사는 어린 매를 어릴 때부터 길들여 사냥 본능과 인간에 대한 신뢰를 조화롭게 가르친다. 이 과정은 단순히 먹이를 주고 손에 익히는 것을 넘어, 매의 비행 패턴, 사냥 감각, 고도 조절, 피드백 훈련 등 복합적인 기술이 요구된다.
특히 UAE에서는 사막 생태와 계절 변화, 이동 경로에 따른 훈련 방식 변화 등을 조련사가 직접 설계한다.
그리고 조련은 전통의 재현이자, 현대 스포츠와 문화 예술로 나아가는 다리 역할을 한다.

 

훈련의 기술과 일상의 리듬

매사냥 조련사는 매와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새벽 공기가 가득한 사막에서 조련사는 매의 체온, 깃털 상태, 발톱과 부리 건강 상태를 점검하며 하루를 연다.
이때 매의 몸무게와 체지방 수치를 측정해 적절한 훈련 강도를 설계한다.
훈련 장소는 사막 평지, 언덕, 오아시스 주변이 주로 쓰인다. 조련사는 매를 어깨나 손목 장갑 위에 올리고, 플랩(플라이스로 콜) 소리와 간식 유인으로 매의 집중을 유도한다.
이때 매가 발톱을 활짝 뻗어 착륙하는 행위는 훈련 성과의 핵심 지표이다.
매의 비행 코치도 복잡하다.
초보 매는 저고도 훈련부터 시작해 점차 고도와 속도를 늘린다. 조련사는 신호 소리(호출 부저, 휘파람 등)와 시각 인식 지점을 통해 드론형 장비나 기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하이 패스(HIPASS)’ 훈련을 진행한다.
한편 사막의 특성상 햇볕이 강하고 온도가 급격히 변한다. 조련사는 비행시간과 강도를 기상 조건에 맞춰 조정하며, 매의 안전한 체온 유지를 위한 차양천 및 휴식 시간을 마련한다.
일상에서는 매의 식단을 철저히 관리한다. 조련사는 생고기·닭고기·작은 설치류 등을 섞어 단백질과 수분을 조절하며, 간식 유인 훈련 시에도 체중 유지를 고려한다. 이때 매의 사냥 본능이 과도하게 발현되지 않도록, 조련사는 본능 발산을 위한 ‘모의 사냥’ 세션도 병행한다.
훌륭한 조련사는 매와 눈빛 교감이 가능한 사람이다.
매의 기분이나 스트레스 수준은 깃털의 상태, 눈의 반짝임, 체지방 농도 등 미세한 몸짓에서 나타난다.
조련사는 이를 감지하고 그날의 훈련 계획을 유연하게 수정해야 한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문화의 수호자

매사냥 조련사는 단순히 맹금을 다루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들은 수세기를 잇는 사막 문화의 수호자이며, 자연과의 공존을 연출하는 조정자다.
UAE 정부는 매사냥 전통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함으로써,
매사냥 조련사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이들은 관광객 대상 쇼, 교육 워크숍, 국제 매사냥 대회 개최 등을 통해 전통을 체험으로 전하고,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자긍심을 결합한다.
또한 현대 스포츠 규칙, 동물 복지 기준, 생태 보전 가이드라인을 매사냥에 도입함으로써, 전통이 시대와 규범에 맞추어 진화하도록 이끄는 역할도 수행한다.
결국 **UAE의 매사냥 조련사**는 하늘을 나는 맹금과 함께, 수천 년 이어진 자연-인간의 공동체를 심장 위에 실어 나른다.
그들의 삶은 습관이 아니라 전통의 숨결이다.
그리고 그 숨결은 오늘의 눈으로도 하늘을 나는 전통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