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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색 직업들

미국 영화 속 음식, 누가 만들까? 영화 속 음식 준비 전문가의 세계

by hiwaywell4040 2025. 5. 26.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음식들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그 장면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고, 관객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음식들을 실제로 조리하고 세팅하는 전문가가 있으니, 그들이 바로 ‘푸드 스타일리스트(Food Stylist)’다.
이 글에서는 미국 영화 산업에서 활동하는 음식 준비 전문가들의 역할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음식이 스토리를 만든다

한 장면을 기억나게 하는 것은 배우의 연기나 대사뿐만이 아니다.
영화 속 식탁 위에 놓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프, 윤기 흐르는 스테이크, 반질반질한 햄버거는
그 자체로도 캐릭터의 성격, 감정 상태, 문화적 배경을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관객이 잠시나마 음식 냄새까지 떠올릴 수 있도록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영화 속 음식 준비 전문가', 푸드 스타일리스트다.
이들은 요리사와 디자이너의 경계를 넘나들며, 화면에 담기는 모든 음식을 조율한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무엇을 할까?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일은 단순히 음식을 ‘맛있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카메라 렌즈와 조명을 고려해 음식을 어떻게 세팅할지, 장면별로 음식의 상태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를 기획하고 연출한다.
특히 영화에서는 한 장면을 여러 번 찍기 때문에, 같은 음식을 수십 번 재현해야 하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음식이 타거나 녹지 않도록 특별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모형 음식을 섞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실제 아이스크림 대신 감자 으깬 것을 사용하거나, 김은 드라이아이스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햄버거 속 양상추는 항상 바삭한 상태로 보여야 하므로 매 촬영마다 새로 교체하며
케첩의 양이나 번의 각도까지 모두 계산되어야 한다.
이처럼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손길 하나하나가 관객의 몰입도를 결정짓는다.

영화 속 명장면 뒤의 숨은 공로자들

미국 영화계에는 이 분야에서 수십 년간 활동해온 베테랑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는 실제 프랑스 요리법을 재현하기 위해,
푸드 스타일리스트와 셰프, 제작진이 협업해 524가지 요리를 화면에 담았다.
또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식당 장면을 위해 영국과 미국의 푸드 아티스트들이 협력해 ‘마법 음식’을 조형했다.
미국의 유명 스타일리스트 마사 홀런(Martha Hollan)은
“음식은 캐릭터의 감정선과 배경을 드러내는 최고의 언어다”라고 말한다.
특히 영화 속 ‘가정식’ 장면은 정서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때 조미료 냄새마저도 카메라 앞에서의 ‘디테일’이 된다.

조리사도 예술가가 되는 현장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단순한 요리사가 아니다.
그들은 촬영 환경에 따라 음식의 질감, 색감, 조명 반응을 모두 고려해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아티스트다.
촬영 현장에서 음식이 어떻게 보일지를 위해 가짜 불, 가짜 증기, 물감처럼 특수 재료도 사용하며,
심지어 음식이 ‘먹을 수 없어도’ 된다는 전제가 있기에 더욱 창의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에 ‘먹을 수 있는 진짜 음식’을 세팅해야 하는 장면도 많다.
그럴 경우 촬영용과 대체용을 구분해서 준비하고, 매 테이크마다 완벽한 재현을 위해 조리 시간이 철저히 관리된다.
이 때문에 많은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은 요리학과 디자인 전공을 함께 공부하기도 한다.

음식으로 만든 영화의 감정선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단순히 장식을 넘어서,
관객이 느끼는 감정과 공감을 세밀하게 조율하는 영화의 ‘감각 연출가’다.
그들이 만든 음식은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처럼 장면을 이끌기도 하며,
맛이 아닌 ‘시각의 미각’을 통해 스토리의 풍미를 더한다.
미국의 할리우드에서는 이제 이들이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영화 제작의 한 축으로 정식 인정받고 있으며,
일부는 광고계, 출판계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 속 음식을 보고 군침을 흘린 적 있다면,
그 배경에는 이처럼 섬세한 감각과 예술적 판단이 녹아든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존재가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