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사원이나 전통 행사장에 가면 입구에서 신발을 벗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그곳에는 방문객의 신을 벗겨주고 정리해 주는 특별한 직업이 존재한다.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전통과 종교적 존중의 의미가 담긴 이 직업은 인도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반영한다.
이 글에서는 인도의 신발 벗겨주는 직업이 가지는 문화적 상징성과 실무적 역할, 그리고 현대적 변화까지 살펴본다.
신을 벗는 순간, 존중이 시작된다
인도에서는 사원을 방문할 때나 전통적인 가정을 찾을 때, 신발을 벗는 것이 하나의 필수 예절이다.
이는 단순한 위생 차원을 넘어선 종교적·문화적 상징 행위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 신발을 벗는 의식의 순간, 자연스럽게 누군가 다가와 부드럽게 신을 벗겨주고 정리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이들이 '신발 벗겨주는 사람'이다.
힌디어로는 '주타차르'(Jutachaar) 혹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주로 힌두교 사원, 시크교 구르드와라, 불교 수도원 등에서 활동한다.
그들의 역할은 신을 벗겨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신발을 정갈하게 정리하고,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보관하거나 번호표를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이 직업은 신체 노동으로 분류되며, 인도 사회에서 계급적으로 낮게 인식되기도 했으나,
그만큼의 전통성과 오랜 관습이 축적되어 있는 직군이기도 하다.
특히 힌두교에서는 신발은 '더러운 외부'의 상징으로 간주되어,
이를 대신 다루는 존재는 오히려 방문객의 신성한 공간 진입을 돕는 일종의 매개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한편, 고요한 사원 입구에서 수백 켤레의 신을 정리하는 모습은 일종의 숙련된 노동이자,
정중한 환영 의식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
방문자는 이들 덕분에 더 경건하고 조심스럽게 사원 내부로 들어설 수 있다.
전통 속 실무자, 신을 다루는 섬세한 손길
신발을 벗겨주는 직업은 겉보기에 단순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여러 가지 세부적인 업무와 규범을 포함하고 있다.
먼저, 방문자가 도착하면 즉시 다가가 인사하고,
앉거나 기대기 쉽게 안내한 뒤 신을 벗는 데 도움을 준다.
신발 끈을 풀거나 슬리퍼를 부드럽게 벗기며,
발을 다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이후 신발은 유형별로 구분하여 바구니나 선반에 정리하며,
일부 사원에서는 작은 번호표를 나눠주거나, 고유의 구획을 지정해 둔다.
사원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중요한 공통점은 이 작업이 매우 숙련되고 반복적인 절차라는 점이다.
때로는 하루 수백 명의 방문객이 몰리는 대형 사원에서는,
수십 명의 인력이 동시에 이 역할을 분담하기도 한다.
보수는 사원에서 급여를 받는 경우도 있으나,
많은 경우 방문객의 자발적 '다 크시나'(dakshina, 기부금)에 의존한다.
특히 힌두 사원에서는 신을 다루는 행위 자체가 불경하다는 인식도 있어,
이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하위 카스트 혹은 특정 지역 출신자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직업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의 일환으로 정중한 응대를 받고, 신발 보관이 체계화되면서,
일종의 '웰컴 어시스턴트'로 보는 시각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일부 고급 사원이나 관광지에서는 제복을 입은 신발 정리 요원이 배치되며,
위생과 응대 교육까지 받는 경우도 존재한다.
단순한 동작 너머에 담긴 의미
신발을 벗겨주는 직업은 겉으로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직업은 인도 문화 속에서 아주 깊은 의미를 지닌다.
경건한 공간에 들어서기 전, 외부의 먼지를 벗고 정화의 순간을 돕는 상징적 의식인 것이다.
이들이 수행하는 노동은 방문자의 편의를 넘어,
정중한 환대와 전통을 이어가는 의례의 일부로 작동한다.
방문자가 몸을 굽히지 않아도 되도록,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예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작은 손길로 큰 여유를 선사하는 존재다.
또한 현대에 이르러 관광 산업이 발달하고 사원의 운영이 체계화되면서,
이 직업은 점점 더 공적인 서비스의 모습으로 전환되고 있다.
제복과 고객 응대, 위생 관리와 QR 시스템 도입까지 다양한 변화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인도의 신발 벗겨주는 직업은 단지 옛 풍습이 아닌,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정중한 의례로서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 작지만 섬세한 행위 하나에, 인도만의 환대 철학이 담겨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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